26. 삼월의 바람은 매서웠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마지막 주말에 현우는 비어있는 본가를 찾았다. 정리할 게 많았다. 사람이 머물지 않는 집은 금방 망가진다고,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가구며 손보아야 할 곳이 제법 됐다. “집은 어떻게 할 건데?” 덩달아 집 정리에 동원됐던 승민이, 새집처럼 반짝거리는 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맥주캔을 경쾌하게 열...
25. 손목을 잡아채는 손등이 평소보다 훨씬 야위어서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그렇게 야윈 주제에 악력은 여전했다. 손목을 뿌리치려 했지만, 코트 위로 꽉 움켜쥔 손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찌해 볼 도리도 없이 준태에게 손목을 잡힌 채 질질 끌려가다시피 아파트로 들어섰다.
23.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이제는 다리를 덜덜 떠는 것도 지쳐서 멍하니 선우만 보고 있었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말할 마음이 생겼는지 선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곤에게서 전화가 온건 절묘하게도 그 순간이었다. 이곤. 그 두 글자를 선우는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24. 나쁜 천사, 당신은 내 속에 악마를 심었어요. ************ 집 안은 깜깜했다. 현관 센서 조명을 의지 삼아 손목시계를 확인한 현우의 미간이 흐릿하게 찌푸려졌다. 열한 시가 다 된 시각. 당연히 집에 있을 줄 알았던 준태가 없다. 학원은 벌써 끝났을 텐데.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서다 멈칫하고 다시 돌아보니, 현관에 준태의 운동화...
22. “아니, 진짜.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진짜 말이에요. 그래요. 진짜 내가. 내가 진짜! 진짜, 내가 그 남자를 좋아하긴 했지만. 진짜. 진짜 말인데요…….” 가짜라고 면박 준 적도 없건만 그 남자를 좋아했다고, 진짜라고 억울하게 쏟아내는 연희의 하소연을 사빈과 선우는 벌써 30분째 듣는 중이었다.
23. -part. 김준태 며칠 동안 서현우는 나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 사이도 뭐, 썩 다정하게 지냈다고 할 수 없으니 쌀쌀맞은 태도야 그러려니 하지만,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말조차 없이 입을 싹 닫고 지내는 건 솔직히 답답하고 괴로운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침묵과 외면이 서럽고 참을 수 없어서 먼저 말을 붙여보았자 대부분은 아예 대꾸가 없거나...
22. 집에 가는 동안 현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뭐라도 말을 붙여보고 싶지만, 무섭게 굳은 얼굴에 기가 죽어 준태 또한 입 한번을 뻥긋할 수 없었다. 간간이 곁눈질로 현우를 힐끔거리지만, 무리해서 입을 열거나 운전하는 현우의 심기를 건드리고 폭발하게 할 만한 행동은 알아서 피하고 조심했다. 엉망이 된 건 동의한다. 자신 때문에 엉망이 됐다는 ...
21. 어머니는 일곱 시가 조금 지난 아침에 병실에 도착했다. 그녀의 손에는 밤새 병실을 지키며 불편하게 잤을 아들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한 김밥과 따뜻한 커피가 들려있었다.
20. “현우 발목 잡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지 않니!” “……네?” “염치가 있으면 현우 앞날에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지. 아무리 근본도 모르는 놈의 핏줄이라도, 너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거냐?” 쏟아지는 힐난은 매서울 지경이었다. 당장 물컵을 들어 집어던질 것처럼 야윈 손을 부들부들 떨며 할머니가 호통했다. 혼나야 할 이유를 모르는 준태는 멍한 ...
사랑하는 애어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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